處世讓一步爲高 退步卽進步的張本
처세양일보위고 퇴보즉진보적장본
세상을 살아가며 한 걸음 양보하는 것을 높이 친다.
물러서는 그 한 걸음이 곧 나아가는 바탕이 된다.
출처: 채근담 전집 17장
풀이
비켜 준 걸음은 잃은 걸음이 아니라,
다음에 내디딜 자리를 미리 다져 둔 걸음이다.
장면
진나라 왕이 조나라 왕을 불러내 마주 앉은 술자리.
진왕이 말했다. “조왕께서 거문고를 잘 타신다지요.”
조왕이 거문고를 탔다.
진나라 사관이 붓을 들었다.
“진왕이 조왕에게 거문고를 타게 했다.”
조나라 신하 인상여가 질장구를 들고 진왕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진왕께서는 진나라 가락을 잘하신다지요.”
진왕은 화를 내며 거절했다.
“다섯 걸음 안입니다. 제 목의 피를 대왕께 뿌릴 수 있습니다.”
칼을 빼려던 진나라 신하들이 인상여의 눈빛에 물러섰다.
진왕이 질장구를 한 번 두드렸다.
인상여가 조나라 사관을 돌아다보며 말했다.
“적어라. 진왕이 조왕을 위해 질장구를 쳤다.”
돌아온 인상여는 염파보다 윗자리에 앉았다.
염파가 말했다.
“나는 성을 치고 들에서 싸웠다. 저자는 혀 하나로 내 위에 섰다. 만나면 욕을 보이겠다.”
그날부터 인상여는 병을 핑계로 조회에 나가지 않았다.
길에서 염파의 수레가 보이면 제 수레를 돌려 숨었다.
부하들이 짐을 쌌다.
“보통 사람도 이런 꼴은 부끄러워합니다. 저희는 떠나겠습니다.”
인상여가 물었다. “염 장군과 진왕, 누가 더 무서운가.”
“진왕이지요.”
“나는 그 진왕도 꾸짖었다.
진나라가 조나라를 못 치는 건 우리 둘이 있어서다.
두 호랑이가 싸우면 하나는 죽는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염파는
웃통을 벗고 가시나무를 등에 지며 인상여의 문 앞에 나타나 죄를 빌었다.
“이 못난 사람이 장군의 너그러움이 이만한 줄 몰랐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목을 내어 줄 벗이 되었다.
출처: 사마천 『사기』 권81 염파인상여열전
오늘 나에게
물러선다는 게 지는 것 같아서 못 물러설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인상여가 수레를 돌린 건 염파가 무서워서가 아니었는데,
내가 안 물러서는 건 대개 상대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내 체면이 무서워서였지.
장사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한 걸음 물러설 자리가 온다.
배송 늦었다고 화내는 전화, 가격 깎아 달라는 흥정, 내 말이 맞는데 상대가 우기는 순간.
그때 한 걸음 비켜 주면 그 자리는 비는 게 아니라 다음 거래가 들어설 자리가 되는데,
바쁘고 몰린 날일수록 그 한 걸음이 천 리처럼 멀어 보인다.
염파가 가시나무를 지고 온 건 인상여가 이겼기 때문이 아니라 싸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묻는다
오늘 내가 끝까지 안 물러선 자리 중에, 정말 물러설 수 없어서 안 물러선 건 몇 개였나.
한 줄
한 걸음 물러선 자리에 사람이 들어온다.